어느덧 하루가 지나고 또 밤이 찾아왔습니다.에피톤 프로젝트의 ‘각자의 밤’이라는 음악도 생각납니다. 잠깐 파리의 밤을 떠올려볼게요. 더러워진 파리를 아름다운 파리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은 1853~1870년 사이 파리의 시장이었던 유젠 오스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오늘과 같은 모습으로 파리를 구획하고 도시 계획을 세웠습니다. 도시의 많은 요소를 일정하게 디자인하려고 노력했어요. 그 중 하나는 밤을 밝히는 가로등입니다.
파리의 19C 가스등
가스를 이용해 밤길을 밝히는 가로등의 등장은 파리 생활자들을 전혀 다른 세계로 안내했습니다. 가로등 없는 시골 생활만 봐도 해가 뜨면 일어나서 일하고 해가 지면 자는 일상이 자연스럽다는 걸 우리도 알잖아요. 가로등이 있기 전 파리도 마찬가지였겠죠. 달빛에 의지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제한적이니까요.
까밀레 피사로, 『밤의 몽마르트 대로』, 1876년
하지만 밤길을 밝히는 가로등이 생기고 나서는 밤길을 산책할 수도, 밤에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밤의 정서는 도시 가로등에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19세기 파리의 가스 가로등은 아침저녁으로 불을 붙여 꺼야 하는 이른바 수동 가로등이었습니다. 그 일을 하는 사람도 따로 있었어요. 물론 아시다시피 지금까지 사람의 불을 켜고 끄는 가로등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는 전기 가로등으로 바뀌긴 했지만 디자인이 거의 변하지 않은 그때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일렬로 늘어선 거리의 가로등은 19세기 파리의 미감을 지금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밤이면 가끔 생각나는 아름다운 파리 가로등!